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 선물로 요즘 한창 광고 중인 관절계통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을 수도 있는데 효능은 정확히 아시고 선택하셨나요? 인터넷이나 TV에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참 많은 제품을 홍보 중인데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니라는 내용을 명확히 아셔야 합니다. 이런 제품 사다 드리고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된다든지 또는 효과를 기다리다 실망만 한다든지 하면 그건 효도와 거리가 멀어지니까요.
지금 판매 중인 제품은 크게 세가지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MSM 등인데 이들 관절 보조제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한국 및 미국 보건당국의 평가를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있다면 어떤 제품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용량과 섭취 방법에 대해 권장사항을 드리겠습니다.
판매가 승인되기 위한 단계
식이 보조제가 승인되기 전에는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식이 보조제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의 시험이 필요합니다:
- 시험관 실험(in vitro) : 세포주나 세포 배양을 이용해 기본 독성, 생화학적 활성 등을 평가
- 동물 실험(in vivo) : 통상 설치류를 이용해 안전성, 흡수, 대사, 부작용 등을 관찰, 유효 용량 범위를 확인하고 독성 증상을 모니터링
- 임상 1상 시험 : 소수의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
- 임상 2상 시험 :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효 용량 범위, 부작용 등을 본격적으로 평가
- 임상 3상 시험 :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위약 대조군과 비교하여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
이러한 단계를 거쳐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보건당국에서 식이 보조제의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동물실험과 소규모 인체적용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되어야 본격적인 임상시험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관절 보조제와 같이 장기 복용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장기 독성시험 등 더욱 엄격한 안전성 평가가 요구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조사에서 시험관 실험이나 동물 실험을 거친 상태에서 곧바로 제품 판매 승인을 요청한다는데 있습니다. 좀더 강화된 요건을 확인하지 못하고 광고나 판매를 승인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제품이 이처럼 불완전한 상태에서 마치 특효약인양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세가지 성분 각각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글루코사민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결과가 엇갈렸습니다.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개선에 약간의 이점이 있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위약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09년 글루코사민의 건강 홍보 문구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국 FDA 역시 글루코사민의 특정 건강 홍보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2. 콘드로이틴
글루코사민과 마찬가지로 콘드로이틴의 관절염 치료 효과 연구 결과도 상반되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약간의 이점이 있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15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콘드로이틴이 관절염 통증을 경쾌하게 완화하는 낮거나 중간 정도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EFSA와 FDA 모두 콘드로이틴의 관절염 치료 효능에 대한 건강 홍보 문구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3. MSM(메틸술포닐메탄)
MSM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한 양질의 연구가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연구가 시험관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 기반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효능 증거는 제한적입니다. EFSA와 FDA는 MSM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한 건강 홍보 문구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일부 연구에서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경미한 이점이 시사되었지만, 주요 보건당국은 이들 성분의 전반적인 효능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MSM은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그래도 먹겠다면
만약 이들 제품을 복용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권장사항이 있습니다:
- 글루코사민: 하루 1500mg
- 콘드로이틴: 하루 800-1200mg
-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좋고, 2-3개월 지속해서 효과를 평가합니다.
- 다른 약물 병용 시에는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보조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운동, 체중 감량, 소염제 등도 관절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