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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극복기

건물관리와 지하 공기

by 오잘공 2024.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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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는 정말로 많은 건물이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 같은 경우는 우후죽순처럼 크고 작은 빌딩이 생겨납니다. 그 많은 빌딩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주제의 주인공들은 건물 내 가장 후미진 지하층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바로 건물관리업에 종사하는 분들입니다. 건물이 작더라도 관리소장, 미화원 및 경비원 등 최소한 3명 이상은 필수인데 지하층에서의 거주 조건은 아주 열악합니다. 정년퇴직 후 4년여간 6층짜리 상가건물 관리소장 근무 경험을 토대로 실상을 전해드립니다. 더 근무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제가 직업을 바꾸면서까지 지하층에서 탈출한 이유가 바로 공기질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을 심혈관질환 극복기 카테고리에 넣은 이유도 공기질이 혈액순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주로 지하시설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나 그 지인들이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여 참고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합건물

지하층 공기질 수준

지하층에는 전기 및 펌프, 소방시설, 휀룸과 관리사무소 등이 있습니다. 건물 유지시설은 지하층에 설치하는 것이 유지 관리에 맞지만 상가건물은 건축비가 비싸다 보니 인원이 거주하는 공간조차도 지하에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하 1층 심지어는 지하 2~3층에 있는 경우도 많은데 여름철이면 습기도 많고 공기는 4계절 내내 탁한 상태입니다. 

 

환기시설이라고는 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강제식 환풍기 1개를 붙여 놓은 정도인데 1달만 지나도 날개에 시커먼 때가 낄 겁니다.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를 해보면 단번에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하주차장 공기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강제로 공기를 빼낸다 한들 똑같이 더러운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운전자들은 히터 예열 또는 에어컨 가동을 원격으로도 가동하니 공회전 단속도 쉽지 않습니다.  지하 주차장 공기는 통제 수준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물청소를 해보면 오염 정도를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물은 완전히  시커먼 상태입니다. 이마저도 자주 할 수 없는 것이 청소 인원도 부족하지만 수돗물 사용은 다음 달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충 걸레로 훔치는 정도입니다. 환기시설도 있지만, 이 또한  전기세와 직결되어 있어 잦은 가동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에 출입하는 인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피해는 장기간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몫입니다.

 

지하건물에 대한 공기질 기준

지하주차장의 공기질 기준은 대한민국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습니다. 법을 만든 배경은 알지 못하지만 지하층 공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니 법으로 제정했을 것 같습니다. 법에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태료 등 강제수단도 정해져 있지만 단지 기준일 뿐이고 이를 유념하는 실체도 없습니다. 

  • 미세먼지 (PM-10): 200 ㎍/㎥ 이하
  • 이산화탄소 (CO2): 1,000 ppm 이하
  • 폼알데하이드: 100 ㎍/㎥ 이하
  • 일산화탄소 (CO): 25 ppm 이하

공기질 측정기

 

장기간 노출시 우려사항

4년간의 근무 기간 중 인접 건물 소장 또는 미화원 중에 건강이 나빠져 퇴직하는 경우가 이상하게도 1년이면 몇 건씩 발생하였습니다. 공기질이 나빠지면 호흡기 쪽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는데 한결같이 퇴직하신 분들은 혈액순환과 관련되는 질병들이었습니다. 산재처리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보니 한 번도 적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공기질을 의심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니 느낌이 이상해서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호흡기 질환: 오염된 공기는 폐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의 악화를 촉발 가능.
  • 심혈관 질환: 공기 오염은 심장마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
  • 암: 특히 폐암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며, 호흡기 감염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음.
  • 기타 건강 문제: 영양 실조, 말라리아, 설사 및 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 가능.

선풍기, 제습기, 공기청정기

 

공기질 개선을 위한 대책

  • 가장 최선의 방법은 필수적으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지하층에서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옥상이나 지상층으로 올라가 맑은 공기를 흡입하고 햇볕을 쬐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문조차 없는 지하층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 가는 감이 떨어져 하루 종일 지하층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두 번째는 관리주체에 요구하여 필요할 때마다 환기시스템만큼은 가동해야 합니다. 전기세는 최소한의 건물 유지 비용이라고 생각해야하고 이조차도 안된다고 하면 근무 여부를 재고해야 합니다.
  • 세 번째는 인원 거주공간마다 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를 공간 용량에 맞는 것을 준비해서 제한된 공기와 습도관리를 해야 합니다. 만약 관리주체에서 구비시켜주지 않는다면 근무자 개인 돈으로다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그 외 바닥 매트 사용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와 오염물질을 줄이고, 혼자 근무하더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길 조언합니다. 

 

이상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드렸는데 물론 쉽지 않다는 것 압니다. 자리는 제한되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요구사항을 제시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무하면서 차츰 요구하는 방법도 있고, 시간을 가지고 슬기롭게 개선해 나간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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